+ 나를 먹이시는 나의 목자

오늘은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7시 30분에서야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형제님들의 아침식사는 6시 30분입니다.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아침을 굶게 된 것입니다. 한끼 정도 굶는 것이 그리 큰 대수는 아닙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성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경이가 와서 "아저씨 아침 드셨어요?"하고 묻습니다. "안 먹었는데?"라고 대답하니, "아빠가 와서 드시래요."하는 것입니다. 약간 놀란 마음으로 허 형제님 댁으로 갔습니다. "6시 30분에 가보니까 아무도 없었지? 원래 주일은 7시 30분에 식사를 하거든? 오늘은 여기서 아침 먹어." 상황이 조금 복잡하게 꼬였지만 어쨌든 주님께서는 한끼도 저를 굶기지 않으셨습니다. 주일날 아침식사는 시리얼을 우유에 타먹는 것입니다. 이곳 아이들은 한국에 비해서 많이 누리지 못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정말 귀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시리얼을 먹으면서 서로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풍족한 가운데 투정을 부리는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3살인 은이는 먹으면서 우유를 많이 흘렸습니다.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은이는 다 먹고 나서 일어나더니 어디선가 행주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흘린 우유를 닦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번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3살밖에 안된 아이가 자신이 먹다가 흘린 우유를 닦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아이가 어떻게 훈육되었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주일교제모임

 

주일날은 9시 30분에 모든 형제 자매님들이 식당에 모여 교제모임을 갖습니다. 30분전부터 아이들이 분주하게 자리를 준비합니다. 식탁을 옮기고 의자를 배열합니다. 전도팀이 시골에 나가있을 때에는 7-14살 어린이들이 모든 모임을 준비합니다. 의자배열부터 찬송가와 성경까지 모두 배열합니다. 시간이 되자 모든 분들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이들도 조용히 모여서 자리에 앉습니다. 아무도 장난치는 아이가 없고 모두 조용히 주의를 기울여 듣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허 형제님께서 입을 여셨습니다. "한국 찬송 몇 장, 영어 찬송 몇 장, 몽골어 찬송 몇 장, 중국어 찬송 몇 장"하고 각각의 언어로 말씀하셨습니다. 허근이가 반주를 하고 모두다 찬송을 불렀습니다. 각자 자기 언어로 찬송을 불렀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용합니다. 찬송가를 다 부르고 나서 잠시 정적이 흐릅니다. 한 일본 형제님이 영어로 "영어 찬송 몇 장, 한국 찬송 몇 장, 몽골어 찬송 몇 장, 일본어 찬송 몇 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중국어와 몽골어로 통역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반주가 시작되고 또 각각의 언어로 찬송을 불렀습니다. 이런 식으로 약 7곡 정도 부른 것 같습니다. 

허 형제님께서 저를 가리키며 영어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형제는 한국에서 지난 수요일날 이곳에 왔습니다. 이 형제가 자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운 가운데 저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말로 소개를 하고 허 형제님께서 영어로 통역해 주셨습니다. 영어로 통역을 하면 또 중국어와 몽골어로 통역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가 구원받은 이야기, 헌신한 이야기, 복음을 전하러 다닌 이야기, 우리교회에 있는 30여명의 아이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이곳에는 홈스쿨을 배우러 왔고 이미 여러 형제 자매님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미국인 형제님이 자신의 중국어 선생님이 얼마 전에 돌아가신 소식을 말씀하셨습니다. 87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자신에게 성경암송숙제를 많이 내주신 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허 형제님께서 복음을 전하러 다니면서 겪은 일들을 잠시 말씀하셨습니다. 한 일본 할아버지(전에 함께 복음을 전했던)께서 성경을 펴서 몇 가지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또 다른 미국인 형제님이 시편을 읽는 것에 대해서 교제하셨습니다. 그리고 처음 말씀하셨던 미국 형제님이 중국어로 기도하면서 모든 모임을 마쳤습니다. 


+ 아이들과의 즐거운 눈 놀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조금 있다가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은 집 앞에서 눈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허 형제님이 계신 건물은 엄청나게 큰 건물입니다. 학교처럼 큰 건물에서 3,4층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가정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눈이 와서 녹지 않고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건물 앞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바가지와 수레 등을 이용해서 엄청난 양의 눈을 끌어 모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쌓아서 벽을 만들고 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른 무릎 만한 높이의 작은 집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눈을 모아서 쌓고 물을 길어와서 뿌리고 얼린 뒤에 다시 쌓는 일을 하였습니다. 눈을 쌓으면서 아이들과 눈싸움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들 모두 하나같이 착하고 순진합니다. 모두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모두들 주님의 귀한 제자로 잘 양육되기를 원합니다. 


+ 러시아 영화 비디오

 

집으로 돌아와서 몸을 녹인 아이들은 다목적실로 모였습니다. 러시아어로 된 영화 비디오를 보기 위함입니다. 한 남자아이가 어떤 이상한 사람을 따라가 미래로 가서 모험을 하는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아이들 모두 이미 몇 번씩 보았던 비디오라 내용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밌다면서 또 본다고 합니다. 보면서 다들 입이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지금 얘가 거짓말했지?", "여기서 이제 이상한 거 나와!" 한국말로 뭐라고 하다가 또 러시아어로 뭐라고 말합니다. 


+ 청소를 하는 아이들

비디오를 즐겁게 보는데 5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청소시간이 된 것입니다. 수업은 쉬지만 청소는 쉬지 않습니다. 허 형제님께서 "자, 이제 청소시간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비디오가 끝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모두 벌떡 일어섭니다. 근이는 비디오와 TV를 끕니다. 아이들은 모두 근이에게 "나 오늘은 어디 해야 돼?"하고 묻습니다. 근이가 대장(?)으로서 아이들의 구역을 분배해 줍니다. 아이들은 모두 맡은 자리로 가서 청소를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아이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찍어주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카메라에 관심을 갖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이곳에 와서 찍은 모든 사진들을 보여주었습니다. 


+ 인터넷으로 우리교회 사진을 보여주다

아이들은 강희수 형제님도 기억하고 "갈보리교회"도 알고 있습니다. "아저씨, 그곳에도 아이들이 30명 정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 사진도 볼 수 있어요?"하고 묻습니다. "어, 인터넷으로 볼 수도 있는데 보여줄까?", "네! 보여주세요!" 이렇게 해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교회 홈페이지에 있는 수많은 사진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서 사진이 무척 늦게 나왔지만 그래도 모두들 인내심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우리교회 아이들을 보면서 "귀엽다!", "재는 웃기게 생겼다!"라고 말하며 즐겁게 보았습니다. 동물원 사진, 아쿠아리움 사진을 보면서 다들 신기해합니다. 몽골에 일찍 온 아이들은 동물원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몽골에는 동물원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사진을 보았습니다. 아무튼 오늘 하루는 아이들과 완전히 친해질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 말을 타는 아이들

허 형제님 댁에서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자매님께서는 특별히 저를 위해 곰국(사골)을 끓여주셨습니다. 이곳에서는 사골이 무척 쌉니다. 몽골사람들은 사골을 먹지 않기 때문에 모두 버린다고 합니다. 외국인 시장에서는 이것을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에 판다고 합니다. 뼈 하나에 200원입니다. 아무튼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아이들이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아이스크림도 마음대로 먹지 못합니다. 피자나 햄버거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동물원이나 놀이동산도 없습니다. 그 대신 겨울에는 눈 놀이를 자주 할 수 있습니다. 스케이트도 많이 탈 수 있습니다. 또 여름에는 말, 낙타, 소를 탈 수 있습니다. 동물원 사진을 보면서는 매우 부러워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랑스럽게 사진을 보여줍니다. 허근이는 혼자서 말을 타고 달린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도 말을 타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7-14살 아이들인데도 모험심이 강하고 도전정신이 강합니다. 나약한(?)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가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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