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날을 열면서
주님의 은혜로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잘 잤습니다. 일어나니 조금 오싹합니다. 졸졸졸 나오는 따듯한 물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했습니다. 주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허 형제님 댁에서 아침식사를 맛있게 하였습니다. 친절히 대해주셔서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허 형제님께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근이, 경이, 형우, 은이, 진이입니다. 첫째 근이는 친아들이고 현재 14살(한국나이)입니다. 셋째 형우는 허 형제님의 처남의 아들로 이전에 자폐증이었는데 지금은 인사도 잘 하고 밝아 보였습니다. 오전에 허 형제님 댁에서 식사를 할 때에는 근이, 경이, 형우가 이미 공부를 하러 나갔고 은이와 진이만 있었습니다. 진이는 8개월 된 한국아이이고, 은이는 3살 된 몽골아이입니다. 한국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못 보던 사람이 오니까 수줍어하기도 하고 좋아합니다. 은이가 신나서 놀다가 탁자 위에 덮여있던 탁자보를 끌어당겨서 떨어뜨렸습니다. 저 같았으면 "어허! 그렇게 하면 안되지! 빨리 올려놔! 한번만 더 그러면 혼나!"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허 형제님께서는 "은이야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다시 올려놔 봐. 옳지 잘했다."라고 하셨습니다. 쉽게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허 형제님께서는 4층에 있는 아이들 공부방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영어방, 러시아방, 몽골어방이 잘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나이별로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허 형제님께서는 국어, 수학, 과학, 성경 등을 가르치신다고 하셨습니다. 중국어 성경을 번역하시는 10여분의 형제님들에게도 가서 간단하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중국인, 몽골인, 미국인 등이 고루 섞여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목적실로 사용되는 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독서실, 비디오방으로 사용하고, 선생님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쇼파도 있고,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도 있는 넓은 방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교회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고 허 형제님께서 보여주시는 여러 종류의 사진들도 보았습니다. 전도하는 사진, 회사 직원들, 성경번역작업을 하시는 분들, 아이들 사진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 홈스쿨에 관한 교제
잠시 앉아서 허 형제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와 저희 교회가 주님을 따라온 길을 잠시 말씀드리고 이번에 몽골을 방문하게 된 목적을 말씀드렸습니다. 허 형제님께서 잘 들어주시고 어떤 부분은 공감하시고 또 어떤 부분은 권면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홈스쿨에 대한 권면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홈스쿨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목적'이지요. '왜 내가 아이를 교육시키는가?'가 가장 중요해요. 다만 영어를 잘하고 중국어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홈스쿨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내 아이를 주님의 제자로 키우고자 한다면 굉장히 쉬운 일이에요. 내가 엔지니어라면 내 아이를 엔지니어로 키울 수 있어요. 내가 목수라면 내 아이를 목수로 키울 수 있어요. 내가 주님의 제자라면 아이를 주님의 제자로 키울 수 있지요. 영어를 못하고 컴퓨터도 못할 수 있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 아이를 주님의 제자로 키워내는 것이지요. 나머지는 연장에 불과해요. 주님과 복음을 위하여 영어라는 연장이 필요한 것이지 영어가 목적이 아니지요.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은 바로 부모이지요. 만약 부모가 주님과 복음을 위하여 살지 않는다면 아이를 그렇게 키울 수 없어요. 자신은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라고 할 수 없어요. 자신은 성경대로 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성경에 순종하는 사람이 되라고 할 수 없어요. 그런 방식으로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은 '이것은 실제가 아니라 이론이야.'하고 배우지요. 아이를 주님의 제자로 키우고자 한다면 먼저 부모 자신이 주님의 제자가 되어야 해요. 아이들은 부모의 삶을 보고 배우기 때문이지요. 부모가 말로만 주님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아이들도 이론으로 주님을 따르는 사람이 되지만, 부모가 생명을 다해 주님을 따르면 아이들도 생명을 다해 주님을 따르는 사람이 되어요. 이것이 첫 단추지요. 이것을 잘 끼워야 나머지 단추들도 제자리에 들어가요.
저는 홈스쿨을 시작할 때 저 혼자서 근이를 가르쳤어요. 당시 LG전자의 부장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바빴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가르쳤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성경을 가르치고 국어를 가르쳤어요. 영어는 자막 없는 영어 테이프를 틀어주고 집중해서 보게 하였어요. 그게 제 홈스쿨의 전부였지요. 많은 사람들이 [홈스쿨]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주님의 제자로 키우는 것이에요.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거창한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냥 성경을 펴서 가르치고 영어 테이프를 틀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지요. 지금은 주님께서 한가지씩 인도해 주셔서 이렇게 교실도 따로 있고 외국인 선생님들도 두어 운영을 하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어요. 만약 일산 갈보리교회 성도님들이 제가 처음 근이를 가르칠 때 와서 보았다면 '홈스쿨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다 시작했을 것이에요.
지금이라도 홈스쿨을 하고자 하시는 분이 있다면 제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가서 도와드릴 수 있어요. 오전에는 같이 성경공부하고 오후에는 같이 복음 전하러 나가겠어요. 복음 전하다가 따귀 맞는 모습도 보여주고 욕먹는 모습도 보여주겠어요. 이렇게 사는 것이 주님의 제자이고 너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겠어요. 어때요? 어렵지 않지요?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주님의 제자로 키워진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어요? 나머지 연장들은 이렇게 시작한 뒤에 하나씩 준비해서 가르칠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추려고 하면 10년이 지나도 시작하지 못하지요. 일단 하고 보세요. 그러면 주님이 다 인도해 주시지요.
이제 우리 이승선 형제가 일산에 돌아가면 '몽골에서 보니까 이런 시설도 필요하고 이런 선생님도 필요합니다'라고 말하지 말고 '그냥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기를 바래요. 안 그러면 아무도 시작하지 않지요.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교회가 책임져서는 안돼요.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고 주님의 제자로 키워야해요. 일단 한 사람이 시작하면 다른 분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어요. 그 한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그냥 하면 된다.' 이것 한가지를 꼭 기억하세요."
+ 울란바타르(Ulaanbaatar) 전도 : 오후 1시 30분 - 6시
점심식사 후에 허 형제님과 한 일본 할아버지(80세)와 함께 복음을 전하러 나갔습니다. 사실상 허 형제님이 복음을 전하러 가시는데 저와 일본 형제님이 함께 간 것과 같습니다. 저나 일본 형제님은 몽골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따라다녔습니다. 오늘 전도하러 간 곳은 울란바타르 내에서도 잘 못사는 지역이라고 들었습니다. 나무판자로 울타리를 높게 두른 곳에 겔이 여러 채 있는 형태의 마을이었습니다. 울타리를 하나 들어가면 겔이 3-4개 나오고 겔 옆에 사람 만한 개들이 한 마리씩 앉아있습니다.
허 형제님은 큰소리로 "훔베노?"(누구 있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막대기를 들고 개를 조심하면서 겔 앞으로 갑니다. 문 앞에서 크게 "셈베노"(안녕하세요.)하고 문을 엽니다. 허 형제님께서는 항상 첫마디로 "우리는 예수님 믿는 사람인데 복음을 전하러 왔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몽골 사람들은 활짝 웃으며 들어오라고 자리를 내어줍니다. 겔 안에는 신발을 신고 들어갑니다. 들어가면 꿉꿉한 냄새가 많이 납니다. 몽골 사람들은 잘 씻지 않아서 어른이나 아이나 지저분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복음을 전하면 주의를 기울입니다. "기다리네 지친 맘으로 기다리며 또 기다린다네"하는 찬송가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그림을 펼쳐가며 복음을 전하니 어른이든 아이든 주의 깊게 잘 들었습니다. 복음을 전한 뒤에 전도지를 주고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이 들어있는 작은 성경책을 주고 나왔습니다. 나올 때마다 개에게 등을 보이지 않고 조심하며 나왔습니다.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등을 돌려나가면 갑자기 쏜살같이 달려와 문다고 합니다.
가는 곳마다 문을 열고 복음을 듣는 모습을 보니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몽골에서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복음을 전하러 가면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약 10% 정도만 문을 열어준다고 합니다. 내일은 아파트 지역으로 가보자고 하셨습니다.
+ 아이들의 친절한 안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대략 10여명입니다. 방금 전(오후 6시)에는 3명의 아이들이 청소를 하고 있는 러시아방에 들어갔습니다. 노크를 하고 잠시 들어가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면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러시아말로 대화하면서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13세) 다영이가 저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것은 러시아 선생님이 가져다주신 꽃이에요. 저희는 지금 청소하고 있어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서고 오히려 안내까지 해주다니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아이들과 대화해 보니까 모든 아이들이 다 활달하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답도 잘하고 오히려 묻지 않은 말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 다른 형제님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
이제부터 아침과 점심식사를 허 형제님 댁에서 하지 않고 다른 형제님들이 함께 식사하는 공동식당에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저녁에는 허 형제님 가정이 당번이셔서 허 형제님 가족과 다른 형제님들이 함께 공동식당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여기에 계신 싱글 형제님들은 대부분 성경번역작업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일본, 중국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영어를 굉장히 잘 하십니다. 발음도 좋습니다. 여러 가지 교제를 나누며 맛있는 식사를 하였습니다. 이곳의 요리는 색다른 양념의 고기와 채소로 이루어집니다. 상당히 맛있습니다. 채소는 대부분이 이곳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것입니다. 이곳 형제님들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팔고 남은 것이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가져와서 먹는다고 합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모두들 성경을 꺼내더니 사도행전 14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읽는데 한국사람은 한국어로, 일본사람은 일본어로, 중국사람은 중국어로 읽습니다. 새롭고 신선한 실행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한글로만 읽거나 영어를 번갈아 가면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고학년 아이들(11-14살/초 5-중 1)의 성경공부
고학년 아이들은 총 다섯 명입니다. 허근(14살), 최다영(13살), 김한나(13살), 최예진(12살), 최소라(11살)입니다.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습니다. 여자아이들만 있을 때 먼저 들어가서 앉아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대화하면서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였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영어, 러시아어, 몽골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피아노를 비롯한 기타 재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무서운 비밀병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을 주님의 제자로 키워내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허 형제님께서 들어오시고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찬송가를 한곡 불렀습니다. 마태복음 15장 1절부터 20절까지의 말씀을 가지고 "사람의 전통과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사람의 습관과 전통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임을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주고받는 방식으로 가르치셨습니다. 아이들 모두 말씀을 진지하게 잘 들었습니다. 30분 정도로 짧은 듯 하면서도 분명하게 한가지를 심어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한가지 진리를 분명히 심어주는 성경공부를 매일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공부라고 느꼈습니다. 영어와 컴퓨터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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